30초 영상에 제품 기능을 빠짐없이 넣었습니다.
예열이 빠르고, 가볍고, 물통도 넉넉합니다.
촬영도 깔끔하게 잘 나왔습니다.
그런데 영상을 본 사람들은
“좋아 보이네” 하고 그냥 넘어갑니다.
대본을 다시 열어 보면
제품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적혀 있습니다.
빠진 건 보는 사람의 사정입니다.
혹시 지금 대본이 이렇지는 않은지 보세요.
1. 첫 장면이 제품 사진이나 제품 이름으로 시작한다
2. 기능은 다섯 개인데, 고객이 왜 필요한지는 한 번도 안 나온다
3. 마지막 장면이 “지금 구매하세요” 자막 한 줄이다
사람은 기능을 사는 게 아니라
지금의 불편이 바뀌는 장면을 삽니다.
그래서 대본은 제품 설명서가 아니라
욕구가 생기고 움직이는 순서로 짜야 합니다.
저희는 이 작업을 ‘욕구 설계’라고 부릅니다.
욕구 설계란? 결핍에서 행동까지 길을 놓는 일
욕구 설계는 고객이 이미 느끼는 결핍에서 출발해
그게 어떤 감정이 되고,
어떤 변화를 바라게 되며,
그 변화에서 제품이 무슨 역할을 하고,
마지막에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
순서대로 이어 놓는 일입니다.
결핍 → 감정 → 원하는 변화 → 제품 역할 → 행동.
이 다섯 칸이 저희가 대본을 쓰기 전에 먼저 채우는 칸입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욕구 설계는 없던 불안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 아닙니다.
고객이 이미 겪고 있는 불편을 정확히 알아보고,
제품이 실제로 해 줄 수 있는 만큼의 변화를
눈에 보이게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욕구를 단어로만 적으면 대본이 나오지 않습니다.
“깔끔해 보이고 싶은 욕구”라고 적으면 찍을 게 없지만
“회의 있는 날 셔츠 소매 구김이 신경 쓰인다”라고 적으면
카메라를 어디에 둘지 바로 보입니다.
욕구는 단어가 아니라 장면으로 적습니다.
결핍이 먼저고 욕구가 그다음입니다.
불편을 느끼지 않는 사람에게
해결책부터 보여 주면 ‘나랑 상관없는 물건’이 됩니다.
대본의 첫 장면은 제품이 아니라
고객의 결핍이 보이는 순간이어야 합니다.
왜 기능만 말하는 대본은 움직이지 않을까요
기능은 제품 쪽의 언어입니다.
“예열 40초”라는 말을 들으면
고객은 그게 빠른 건지 느린 건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판단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셈입니다.
반대로 출근 10분 전, 셔츠를 입으려는데
소매에 접힌 자국이 선명한 장면을 먼저 보여 주면 어떨까요?
다리미판을 꺼낼 시간은 없고, 그냥 입자니 신경 쓰이는 순간.
비슷한 아침을 겪어 본 사람은
그다음에 나올 “40초”를 자기 상황에 맞춰 듣습니다.
이 글에서는 가상의 핸디 스티머를 예로 들겠습니다.
옷을 옷걸이에 걸어 둔 채 스팀으로 구김을 펴는 제품이고,
예열 약 40초, 물통 150ml라고 가정합니다.
이 글의 제품, 대본, 숫자는 모두 설명을 위한 가정이며
실제 성과가 아닙니다.
같은 “40초”라도 결핍 뒤에 나오면 해결책이 되고,
결핍 없이 나오면 그냥 사양이 됩니다.
대본에서 바뀌는 건 정보의 양이 아니라 순서입니다.
다섯 칸으로 욕구를 설계해 봅니다
가상 핸디 스티머로 다섯 칸을 하나씩 채워 보겠습니다.
결핍: 무엇이 모자라거나 불편한가
출근 직전 셔츠의 구김이 눈에 띄는데
다리미판을 펴고 다림질할 시간이 없다.
결핍은 이렇게 구체적인 장면 하나로 적습니다.
“바쁜 현대인”처럼 넓게 쓰면 찍을 장면이 나오지 않습니다.
감정: 그 결핍이 만드는 마음
조급함, 그리고 약간의 민망함입니다.
회의가 있는 날이면 구김이 더 신경 쓰입니다.
감정은 과장하지 않고, 고객이 실제로 느낄 법한 크기로 둡니다.
구김 하나로 인생이 망가지는 것처럼 그리면
보는 사람이 오히려 거리를 둡니다.
원하는 변화: 고객이 바라는 다음 모습
“나가기 전에 옷걸이에 건 채로 구김만 빨리 펴고 싶다.”
원하는 변화는 제품 기능이 아니라 고객의 행동으로 씁니다.
‘완벽하게 다린 셔츠’가 아니라
‘신경 쓰이던 구김이 덜 보이는 상태’처럼
제품이 실제로 해 줄 수 있는 크기에 맞춥니다.
제품 역할: 그 변화에서 제품이 맡는 일
걸어 둔 채 쓸 수 있으니 다리미판이 필요 없고,
예열이 짧아 나가기 직전에도 꺼낼 수 있다.
제품 역할은 원하는 변화와 직접 이어지는 기능만 고릅니다.
물통 용량이나 색상은 여기서 빠져도 됩니다.
행동: 다 본 사람이 할 다음 일
“예열 시간과 사용 영상 확인하기.”
바로 구매가 아니어도 됩니다.
고객이 확인하고 싶은 정보로 이어 주면
다음 단계가 훨씬 가벼워집니다.
다섯 칸을 다 채웠다면 칸과 칸 사이를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구김이 보인다, 그래서 조급하다,
그래서 걸어 둔 채 빨리 펴고 싶다,
그래서 예열이 짧은 스티머가 필요하다,
그래서 예열 시간을 확인해 본다.”
‘그래서’가 어색하게 걸리는 곳이 대본이 끊기는 곳입니다.
가장 자주 끊기는 곳은 감정과 원하는 변화 사이입니다.
조급함을 보여 줘 놓고
갑자기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넘어가면
고객이 바라던 변화와 제품의 말이 어긋납니다.
다섯 칸은 각각 맞는 말이 아니라
서로 이어지는 한 문장이어야 합니다.

저희 팀이 쓰는 비유: 욕구와 사고력의 시소
대본의 비중을 정할 때 저희 팀은
시소 하나를 떠올립니다.
한쪽에는 욕구, 다른 한쪽에는 따져 보는 힘이 앉아 있습니다.
욕구가 낮을 때는 따져 보는 쪽이 무겁습니다.
아무 일 없는 주말에 스티머를 검색하는 사람은
사양을 비교하고 후기를 찬찬히 읽습니다.
반대로 출근 직전 구김을 발견한 순간에는
욕구 쪽이 무거워지고, 비교하는 시간은 짧아집니다.
이건 과학 법칙이 아니라
대본의 비중을 정할 때 쓰는 현장의 작업 비유입니다.
꼭 필요한 물건일수록 오히려 더 꼼꼼히 따지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시소를 ‘고객을 생각 못 하게 만드는 법’으로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비유를 쓸 때는 늘 한 문장을 같이 붙입니다.
“고객을 덜 생각하게 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필요한 걸 먼저 보여 준다.”
저희가 이 비유로 하는 일은 하나입니다.
지금 만날 고객이 시소의 어느 쪽에 가까운지 보고
대본에서 시간을 어디에 더 쓸지 정하는 것.
따져 보는 쪽이 무거운 고객에게는 근거와 비교에,
욕구 쪽이 무거운 고객에게는 장면과 해결에 시간을 더 줍니다.
어느 쪽인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단서는 있습니다.
‘핸디 스티머 비교’를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은
이미 따져 보는 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드를 넘기다 영상에서 멈춘 사람은
방금 본 장면에 마음이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지면에 따라
대본의 무게 중심을 다르게 두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지키는 선이 있습니다.
크기, 사용 조건, 맞지 않는 옷감처럼
구매 전에 알아야 할 정보는 줄이지 않습니다.
시소는 순서와 비중을 정하는 도구이지,
알려야 할 것을 빼는 핑계가 아닙니다.

수정 전 30초 대본: 기능은 많은데 사람이 없습니다
먼저 흔히 보이는 기능 나열형 대본을 가정으로 써 보겠습니다.
특정 광고를 옮긴 것이 아니라 비교를 위해 새로 쓴 문장입니다.
| 구간 | 화면 | 자막·내레이션 |
|---|---|---|
| 0~5초 | 스티머가 회전하는 제품 컷 | 스마트한 의류 관리의 시작 |
| 5~13초 | 버튼, 물통, 노즐 클로즈업 | 40초 예열, 150ml 대용량 물통 |
| 13~22초 | 여러 옷을 빠르게 교차 편집 | 셔츠, 원피스, 커튼까지 다양하게 |
| 22~30초 | 제품 단독 컷과 로고 | 지금 구매하세요 |
틀린 정보는 없습니다.
이 대본에서 다섯 칸을 찾아보면
제품 역할만 있고 결핍, 감정, 원하는 변화가 비어 있습니다.
그런데 다 보고 나도 ‘누가 언제 쓰는지’가 남지 않습니다.
13초 구간에서 쓰임을 여러 개 늘어놓다 보니
장면마다 주제가 바뀌고, 어느 하나도 자기 이야기로 들리지 않습니다.
마지막 “지금 구매하세요”는 이유 없이 행동만 요구합니다.
수정 후 30초 대본: 결핍에서 행동까지 한 줄로
같은 가상 제품으로 다섯 칸을 따라 다시 써 보겠습니다.
촬영 전에는 실제 예열 시간과 동작을 확인하고,
촬영 후에는 낭독 속도에 맞춰 구간을 조정합니다.
| 구간 | 칸 | 화면 | 자막·내레이션 |
|---|---|---|---|
| 0~5초 | 결핍 | 현관 거울 앞, 셔츠 소매의 접힌 자국 | 나가기 10분 전, 하필 오늘 구김 |
| 5~10초 | 감정 | 다리미판 쪽을 봤다가 시계를 보는 얼굴 | 다리미판 펼 시간은 없고 |
| 10~20초 | 원하는 변화·제품 역할 | 옷걸이에 건 셔츠, 스티머 버튼, 소매를 따라 내려가는 스팀 | 걸어 둔 채로, 예열 약 40초 |
| 20~25초 | 망설임 해소 | 옷감 표시 라벨과 사용 불가 소재 안내 화면 | 쓸 수 있는 옷감은 먼저 확인하세요 |
| 25~30초 | 행동 | CTA 장면(아래 설명) | 예열 시간·사용 영상 확인하기 |
달라진 건 자극의 세기가 아닙니다.
첫 장면에서 결핍이 보이고,
그 결핍을 풀어 주는 장면에 제품이 들어왔습니다.
“40초”는 똑같은데 이번에는 출근 10분 전이라는 시계 옆에 놓였습니다.
20~25초의 망설임 해소 구간도 눈여겨보세요.
스팀을 쓰면 안 되는 옷감이 있다면
그걸 숨기지 않고 대본 안에서 먼저 말합니다.
구매 뒤에 알게 되는 것보다 지금 알려 주는 편이
반품과 실망을 줄이는 길입니다.
전후 장면을 찍을 때 조건도 맞춥니다.
앞에서는 셔츠를 일부러 구겨 놓고
뒤에서는 새 셔츠로 바꿔 찍으면 제품이 만든 변화가 아닙니다.
같은 셔츠, 같은 조명에서 보여 줘야
보는 사람이 제품의 역할을 믿습니다.

CTA는 문구가 아니라 장면으로 요청합니다
대본 마지막 5초는 가장 비싼 자리입니다.
끝까지 본 사람만 보는 장면이고,
이야기의 감정이 가장 높은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지금 구매하세요” 자막 한 줄만 두면 아깝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CTA를 문구가 아니라 장면으로 요청합니다.
타임코드, 동작, 대사, 형식을 함께 적습니다.
언제: 25초, 셔츠 소매가 펴진 장면 직후
동작: 셔츠를 입은 사람이 스티머를 선반에 내려놓고 현관문 손잡이를 잡는다
대사: “다리미판 꺼낼 시간 없는 아침엔, 이걸로.”
형식: 내레이션과 자막 함께. 마지막 2초에 ‘예열 시간·사용 영상 확인하기’ 버튼형 자막
이렇게 쓰면 편집자는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압니다.
문을 나서는 동작은 처음의 ‘나가기 10분 전’과 이어지고,
대사는 처음 결핍을 그대로 받아 답합니다.
이야기가 닫히는 순간에 행동을 붙이는 것입니다.
“지금 구매하세요”만 적어 보내면
편집자는 로고 위에 자막을 얹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장면으로 요청해야 그 5초가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이자 다음 행동의 첫 장면이 됩니다.
CTA는 광고의 끝에 붙이는 문장이 아니라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광고 티가 너무 나는 게 걱정된다면
대사의 톤을 영상 속 인물의 말투에 맞춥니다.
갑자기 쇼호스트 목소리로 바뀌면
그때까지 쌓은 이야기가 끊깁니다.
CTA 문구도 도착 페이지와 맞춥니다.
‘사용 영상 확인하기’를 눌렀는데
상세페이지 첫 화면에 사용 영상이 없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한 약속이 바로 깨집니다.
영상을 맡기기 전에 상세페이지 첫 화면부터 같이 확인해 두세요.
결과를 보고 고치는 일은 가설입니다
대본을 고쳤다고 반드시 결과가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수정은 정답이 아니라 가설로 다룹니다.
집행 전에 “이렇게 나오면 여기를 고친다”를 미리 정해 둡니다.
첫 5초에서 많이 넘긴다면 결핍 장면이 자기 이야기로 안 보였을 수 있습니다.
끝까지는 보는데 클릭이 적다면 CTA 장면이 약했는지 봅니다.
클릭은 많은데 구매가 적다면 대본보다 상세페이지가
영상의 약속을 이어받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숫자 하나로 원인을 단정하지 않고, 다음에 바꿀 칸 하나를 고릅니다.
가설: 결핍 장면을 첫 5초에 두면 초반 이탈이 줄어든다
확인할 숫자: 첫 3초 시청 비율, 끝까지 본 비율, 클릭, 상세페이지 이동
예상과 다르면: 결핍 장면을 다른 상황(출장 가방 속 구김)으로 바꿔 한 칸만 비교
바꾸지 않을 것: 제품 역할 구간, CTA 장면, 상세페이지
이렇게 적어 두면 결과가 나왔을 때 회의가 짧아집니다.
무엇을 확인하려고 바꿨는지가 남아 있으니
‘이번 영상은 별로였다’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자주 받는 질문
Q. 결핍을 보여 주면 너무 부정적인 광고가 되지 않나요?
결핍은 고객이 이미 아는 불편을 알아봐 주는 장면이면 충분합니다.
불안을 키우거나 겁을 줄 필요는 없습니다.
제품이 풀 수 있는 크기만큼의 불편이면 됩니다.
Q. 시소 비유대로라면 욕구가 높은 고객에게는 정보를 줄여도 되나요?
정보의 순서와 비중은 바꿀 수 있지만
구매 전에 알아야 할 조건은 줄이지 않습니다.
사용할 수 없는 옷감처럼 중요한 정보는 어느 대본에서나 남깁니다.
Q. 다섯 칸을 꼭 다 영상에 넣어야 하나요?
짧은 소재라면 감정과 결핍을 한 장면에 담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기획 단계에서는 다섯 칸을 모두 적어 두세요.
어느 칸을 합쳤는지 알아야 나중에 고칠 곳이 보입니다.
고객은 기능이 아니라 바뀐 장면을 삽니다.
그 장면은 결핍에서 시작해야 보입니다.
대표님들, 오늘은 지금 쓰는 영상 대본 하나를 열어
첫 5초와 마지막 5초만 비교해 보세요.
첫 5초에 고객의 결핍이 보이는지,
마지막 5초에 그 결핍에 답하는 장면이 있는지.
둘이 이어지면 욕구 설계가 된 것이고,
제품 컷과 “구매하세요”로 끝난다면 다섯 칸부터 다시 채울 차례입니다.